
■ 멜라토닌·발레리안·트립토판 — 공식 지침은 "권장하지 않음"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미국수면의학회(AASM)가 2017년 2월 15일 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발표한 「성인 만성 불면증 약물치료 임상진료지침」이었습니다. 이 지침은 성인의 입면 또는 수면 유지형 불면증에 멜라토닌을 치료제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는데요. 발레리안과 트립토판도 같은 문서에서 나란히 "사용하지 말 것"으로 분류됐습니다.
다만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이 권고의 근거 수준은 "약함(weak)"으로 평가돼 있는데, 이는 효과가 없다고 입증됐다는 뜻이 아니라 효능을 확신할 만한 고품질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해롭다는 근거가 아니라, 확신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멜라토닌 제품 상당수가 5~10mg의 비교적 고용량이라는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서 반복되는데요. 다만 이번에 찾아본 자료 범위에서는 이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통계를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채로 남겨두겠습니다.
■ 마그네슘, 불면증 영양제 중 가장 최근 근거가 쌓이고 있는 성분
반면 마그네슘은 조금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2021년 BMC Complementary Medicine and Therapies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55세 이상 성인 대상 RCT 3건(총 151명)을 종합했는데요. 하루 320~729mg의 원소마그네슘을 20일에서 8주간 복용한 결과, 위약군 대비 수면잠복기가 평균 17.36분 짧아졌습니다(95% CI −27.27~−7.44, p=0.0006). 다만 총수면시간 증가폭(평균 16.06분)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근거의 질은 "낮음~매우 낮음"으로 평가됐습니다.
2025년 Nature and Science of Sleep에 발표된 RCT는 조금 더 최근 자료입니다. 수면이 좋지 않다고 스스로 보고한 18~65세 성인 155명에게 마그네슘 비스글리시네이트(원소마그네슘 250mg/일)를 4주간 먹였더니, 불면증 심각도 지수(ISI)가 마그네슘군에서 −3.9점, 위약군에서 −2.3점 감소했습니다(p=0.049). 효과크기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Cohen's d=0.2), 평소 식사로 마그네슘을 적게 섭취하던 참가자일수록 개선 폭이 더 컸다는 탐색적 결과도 함께 제시됐습니다.
| 성분 | AASM 공식 권고 | 최근 근거 |
|---|---|---|
| 멜라토닌 | 사용하지 말 것 (근거 약함) | 국내 고용량 유통 관련 통계는 확인 안 됨 |
| 발레리안 | 사용하지 말 것 (근거 약함) | 추가 근거 확인 안 됨 |
| 트립토판 | 사용하지 말 것 (근거 약함) | 추가 근거 확인 안 됨 |
| 마그네슘 | 별도 권고 없음 | 2021·2025년 RCT에서 수면잠복기·ISI 개선 (효과크기는 작음) |
| L-테아닌 | 별도 권고 없음 | 복합제 연구에서 PSQI 개선 (단독 효과는 미확인) |
| 글리신 | 별도 권고 없음 | 신뢰할 만한 개별 근거 확인 안 됨 |

■ L-테아닌과 글리신 — 아직은 물음표가 더 많다
L-테아닌은 살짝 애매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2022년 Nutrients에 실린 이중맹검 무작위 교차시험은 근로 성인 39명에게 카제인 유래 성분(알파에스원카제인 트립틱 가수분해물)과 L-테아닌이 함께 든 복합제를 4주간 먹였는데요. 그 결과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PSQI), 수면잠복기, 총수면시간, 수면효율, 주간기능장애가 모두 위약 대비 유의하게 좋아졌고, 총수면시간은 위약군보다 평균 45분 더 길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L-테아닌 '단독'이 아니라 다른 성분과의 복합제를 다룬 것입니다. 그래서 L-테아닌만의 순수한 효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운데요. 글리신은 체온을 낮추고 수면 개시에 관여하는 기전 자체는 여러 자료에서 언급되지만, 이번에 찾아본 범위(공식 기관·학술지 원문 중심) 안에서는 단독 보충 효과를 입증하는 신뢰할 만한 개별 RCT나 메타분석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글리신의 효과는 확인되지 않음으로 남겨두겠습니다.
■ 불면증 영양제보다 먼저 봐야 할 것 — 근본 원인
여기까지 찾아보고 나니 한 가지는 분명해졌습니다. 영양제는 불면증의 원인을 없애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AASM은 2026년 4월 13일 공개한 최신 복합치료 지침에서도 이 원칙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CBT-I)를 만성 불면증의 1차 치료로 두고, 약물이나 영양제는 CBT-I를 받기 어려운 경우, CBT-I 이후에도 증상이 남은 경우, 혹은 임시 보조 수단으로만 제한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인데요. 즉 스트레스, 잘못된 수면 습관, 기저질환 같은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영양제만 먹는다면 기대만큼 효과를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영양제를 찾아보기 전에, 자기 전 스마트폰을 보는 습관부터 바꿔봤는데요.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루 이틀 만에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습관을 먼저 점검하는 쪽이 순서상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가지 더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덧붙이면, 마그네슘·멜라토닌·테아닌을 함께 먹었을 때의 상호작용이나 수개월 이상 장기 복용했을 때의 안전성에 대한 고품질 자료는 이번 검색 범위에서 찾지 못했습니다. 영양제를 여러 개 겹쳐 먹기 전에는 이 부분도 염두에 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찾아본 자료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것입니다. “불면증 영양제는 치료제가 아니라 보조 수단이다.” 마그네슘은 그나마 최근 근거가 쌓이고 있지만, 효과크기는 크지 않았는데요. 멜라토닌·발레리안·트립토판은 학회가 공식적으로 권장하지 않는 성분이라는 점도 기억해두시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영양제를 시도해보고 싶다면, 저용량으로 짧은 기간 먼저 시험해보고 몸의 반응을 살피시길 권해 드립니다. 결국 잠을 결정하는 것은 알약 하나가 아니라 하루의 습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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