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온열질환 사망자”라는 자막을 볼 때마다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매년 여름이면 반복되는 소식인데요. 그런데 정작 막상 눈앞에서 누군가 쓰러지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열사병 응급처치를 순서대로, 딱 다섯 단계로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핵심은 “119 신고와 체온 냉각을 최대한 빨리”입니다.

■ 열사병과 다른 온열질환, 뭐가 다를까
열사병이라는 말은 흔히 쓰지만, 온열질환 전체를 뭉뚱그려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iN에 따르면 온열질환은 크게 열사병·열탈진(일사병)·열경련·열실신 네 가지로 나뉩니다. 이 중 열사병은 체온이 40℃ 이상까지 오르고 피부가 건조해지며, 심한 두통과 어지러움에 이어 의식 저하, 심하면 혼수상태까지 이를 수 있는 가장 위중한 유형입니다.
MSD 매뉴얼도 열사병을 '매우 높은 체온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으로 정의합니다. 혼돈이나 지남력 상실, 협응 부실 같은 뇌 기능 장애 증상을 동반한다고 설명하는데요.
| 유형 | 주요 특징 |
|---|---|
| 열사병 | 체온 40℃ 이상, 건조한 피부, 의식 저하·혼수 가능 |
| 열탈진(일사병) | 체온 37~40℃, 과도한 발한, 차갑고 축축한 창백한 피부 |
| 열경련 | 팔·다리·어깨·복부·손가락 등 근육 경련 |
| 열실신 | 앉았다 갑자기 일어나거나 오래 서 있을 때 두통·어지럼증 |
열사병은 격렬한 운동 후의 젊은 운동선수에게도, 냉방 없는 실내에서 며칠을 보낸 고령자에게도 똑같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 열사병은 '지켜보며 쉬게 하는' 단계가 아니라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하는 단계입니다.
■ 2026년 여름, 온열질환이 유독 심각해진 이유
저도 이 통계를 보고 조금 놀랐는데요.
질병관리청은 전국 516개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과 함께 5월 15일부터 9월 30일까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운영합니다. 그런데 감시체계 운영 첫날인 5월 15일, 서울에서 80대 남성이 온열질환 추정 원인으로 사망했습니다. 감시체계 운영 이래 역대 가장 이른 첫 사망 기록이라고 합니다.
6월 18일 기준 한 달간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300여 명으로, 2025년 같은 기간(192명) 대비 약 1.5배 늘었습니다. 7월 12일에는 경북 경산·포항에 올여름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고, 경산시 낮 최고기온은 39.9℃까지 치솟았습니다.
숫자만 봐도 올여름 열사병 응급처치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셈입니다.
■ 열사병 응급처치 5가지, 순서대로
세 곳의 자료(건강iN, MSD 매뉴얼, 질병관리청 인용 자료)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순서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즉시 119에 신고하고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깁니다. MSD 매뉴얼은 열사병이 의심되면 가장 먼저 구급차를 부를 것을 권고하는데요. 건강iN도 시원한 장소로 옮기는 것을 응급처치의 첫 단계로 안내합니다.
두 번째, 압박되는 옷이나 벨트 등을 풀어줍니다. 체열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몸을 조이는 것부터 느슨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세 번째, 적극적으로 체온을 낮춥니다. MSD 매뉴얼은 차가운 물(호수, 시냇물, 욕조 등)에 몸을 담그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여의치 않으면 미지근한 물을 뿌린 뒤 선풍기 바람을 쐬어 냉각할 것을 권고합니다. 건강iN은 물수건이나 얼음주머니로, 질병관리청 자료는 15~20℃ 정도의 시원한 물을 몸 전체에 뿌리거나 적시는 방식이 얼음팩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하는데요.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적극적인 물 냉각'이라는 원칙만큼은 모든 자료가 일치합니다.

네 번째, 의식 상태를 확인하고 의식이 있을 때만 수분을 조금씩 섭취시킵니다. 건강iN은 의식이 없으면 물을 주지 말라고 명확히 안내합니다. MSD 매뉴얼 역시 병원 도착 전까지는 억지로 무언가를 먹이기보다 냉각에 집중할 것을 강조하는데요.
다섯 번째,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 상태를 계속 관찰합니다. 병원에서는 옷을 벗기고 노출된 피부를 물이나 얼음으로 덮어 냉각하며, 필요하면 냉각 수액 정맥주사와 집중치료실 입원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응급처치할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
가장 흔한 실수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의식이 없거나 혼미한 환자에게는 물이나 음료를 절대 먹이면 안 됩니다. 흡인 — 즉 음료가 기도로 잘못 들어갈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온열질환 유형에 따라 처치도 달라집니다. 열탈진은 시원한 곳에서 휴식하며 수분·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우선이고, 열경련은 경련 부위를 마사지하며 저당 이온음료를 섭취하는 방식입니다. 열실신은 눕혀서 다리를 높이고, 의식이 돌아온 뒤에야 수분을 섭취시킵니다. 열사병만의 '체온부터 낮춘다'는 원칙과는 분명히 다른데요.
질병관리청 감시체계 자료는 이뇨제·고혈압약 등 특정 약물 복용자, 음주 후 야외활동자, 차량 내 방치 상황을 온열질환 고위험 요인으로 꼽습니다. 특히 차량 내 방치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상황입니다.
■ 열사병 예방수칙, 미리 챙겨두면 좋은 것들
- 갈증을 느끼기 전에 미리 물을 자주 섭취합니다.
- 무더위 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 이뇨제·고혈압약 등 체온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복용 약물을 미리 확인합니다.
- 음주 후 야외활동을 피하고, 차량 내 방치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 노인·어린이·만성질환자는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열사병 응급처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속도’입니다. 119 신고 먼저, 그다음 체온 냉각 — 이 순서만 기억해도 충분합니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물을 먹이는 실수만 피해도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올여름은 유독 폭염 소식이 빠르고 잦은 만큼, 이 다섯 단계를 미리 기억해두시길 권해 드립니다.
곁에 있는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으니까요.

답글 남기기